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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를 찾아서 미스김은 카드 리더기도 없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는 산촌의 유일한 읍내 다방 웨이트리스였다. 라일락. 쨍한 보라색의 간판에 글자가 촌스러운 다방은 원색의 싸구려 시트지와 너덜너덜한 꽃 그림이 발린 유리창 너머로 교성이 그치지 않는 가게였다. 우리 마을의 성인이 된 여자라면 미스김에게 커피를 부탁하는 것은 당연했다. 티스푼으로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 누가 타도 맛있을 다방 커피지만 미스김이 타준다면 누구라도 맛을 모르면서 마셨다. 미스김의 손맛을 보지 않은 여자는 있어도 손맛만 본 여자는 없었다. 그녀는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고급브랜드의 찻잔에 담긴 커피를 저으며 버릇처럼 언젠가 마을을 떠나 세계를 여행하며 살 거라고 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다방에 주문이 드물어지는 주말이.. 더보기
무서운 비둘기를 마주쳤는데 뒤에서 나타난 언니가 더 무서워 *** 대세유치원 백합반에 다니는 여아쟝은 혼자 탄 지하철칸에서 비둘기를 만난 거시애오. “구구구구.” 그것도 아주 컷어요. 텅텅 빈 자리에 앉아있는데도 교X치킨 꼬꼬보다는 큰 게 확실한 거시애오. 백합반 보조선생님이 빈 교실에서 몰래 먹다 들켰을 때 분명히 들엇서오. 맛있는 냄새에 친구들이 조르니까 이건 꼬꼬가 아니라 비둘기 튀김이라고 했어오. 참새가 크면 비둘기가 된다면서오. 용감한 친구가 귀여운 참새가 그럴리 없다고 하니까 비둘기 새끼를 본 적 있냐고 하시는 거애오. 여아쟝은 그게 꼬꼬라는 걸 알았지만 참새가 불쌍해서 가만히 있었어오. 근데 비둘기도 프리쿠마 카드를 찍고 탄 건지 모르겟서오. 살쾡이 반에 다니는 언니가 비둘기는 날개를 쓰는 법을 잊어버려서 걸어다닌다고 했던게 생각낫어오. 비둘기도 여.. 더보기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내 애인도 믿었기에 *막장 호불호 주의 쉬는 시간,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대세여고 백합반도 웅성임으로 가득했다. 여고생은 언제나처럼 쌓인 렞톡을 위해 몰래 빼돌린 폰을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뜻밖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어젯밤에 너네 엄마 쩔더라." 쩐다니? 뭐가? 어젯밤에? 당찬 목소리의 도발적인 말에 책상아래로 기어들어갈 듯 웅크렸던 고개가 나도 모르게 번쩍 들렸다. 돌렸다. 돌아왔다. '아니 잠깐만 너무 대놓고 봤잖아.' 거의 척수반사로 돌아봐서 들켰을 것 같은데 너무 대충봐서 누군지도 모르겠다. 통한의 눈물도 잠시, 금방이라도 덜미를 잡힐것 같아서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데 나긋나긋한 톤의 대답이 돌아왔다. "ㅅㅂ년아 아침에 안에서 나온게 너였냐?" "어ㅋㅋ" 여성미를 발산하는 톤과는 다르게 찰진 말투는 그녀의 분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