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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유치원 백합반에 다니는 여아쟝은 혼자 탄 지하철칸에서 비둘기를 만난 거시애오.
“구구구구.”
그것도 아주 컷어요. 텅텅 빈 자리에 앉아있는데도 교X치킨 꼬꼬보다는 큰 게 확실한 거시애오. 백합반 보조선생님이 빈 교실에서 몰래 먹다 들켰을 때 분명히 들엇서오. 맛있는 냄새에 친구들이 조르니까 이건 꼬꼬가 아니라 비둘기 튀김이라고 했어오. 참새가 크면 비둘기가 된다면서오. 용감한 친구가 귀여운 참새가 그럴리 없다고 하니까 비둘기 새끼를 본 적 있냐고 하시는 거애오. 여아쟝은 그게 꼬꼬라는 걸 알았지만 참새가 불쌍해서 가만히 있었어오.
근데 비둘기도 프리쿠마 카드를 찍고 탄 건지 모르겟서오. 살쾡이 반에 다니는 언니가 비둘기는 날개를 쓰는 법을 잊어버려서 걸어다닌다고 했던게 생각낫어오. 비둘기도 여아쟝처럼 멀리 가고 싶은데 날지를 못해서 지하철을 타기로 한 걸까오? 궁금하기는 한대 동화책에 나오는 친구처럼 물어보기에는 너모 무섭게 생긴 거시애오. 참새친구들은 대체 크면서 무슨 일을 당하는 걸까오.
기둥 자리에 붙어 앉아서 웅크린 여아쟝보다 편히 앉아있는 걸 보니 양반이었던 가봐오. 어른들이 나쁜짓 하면 동물이나 벌레로 태어난다고 그랫던 거시애오. 날지도 못하는 새로 태어난 걸 보니 예쁘고 머싯는 언니들이 손 꼬옥 잡고 있는데 끼어든 게 틀림없어오. 기둥을 꼭 쥔 손은 아프고 치마속이 보일까봐 짜증이 낫어오. 여아쟝이 몰래 나쁜생각 하고 있는 걸 안 걸까오? 랩하는 아조시들처럼 앉아있던 비둘기가 갑자기 목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거시애오.
“구루루루루룩- 구루루룩- 구룩- 구룩-”
점점 짧아지는 울림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렸어오. 여아쟝도 모르게 전방에 5초동안 호에에에 소리를 지를 곳을 찾기 시작했어오. 허둥지둥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 그만 눈을 마주치고 말았어오.
“굵?”
회색이라기보다는 물에 빠진 쥐랑 비슷한 깃털이 두툼해보엿서오. 부리부리한 눈알이 물감통서 보던 개나리빛이내오. 병아리 같아서 예쁜 색이었는데 이제부터는 가장 싫어하는 색이 될 거 같아오. 눈동자는 여아쟝과 같은 갈색이었서오. 오늘 중에 제일 기분이 나쁜 거시애오. 근데 부리가 너모너모 날카로워보여서 가만히 있어야 겟어오. 말도 못하고 일어나서 도망칠 준비를 하려는데 비둘기의 고갯짓이 멈췃어오.
그리고 비둘기는 못 쓰는 줄 알았던 날개를 활짝 펼쳐버린 거시애오!
“구루루루룩!”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둘기가 이쪽으로 날아오니까 도망치려던 것도 까먹고 프리쿠마 지갑을 올려 얼굴을 막앗서요. 근데 어디서 누가 여아쟝을 끌어당기는 거시애오. 몸이 휙 넘어가자마자 등 뒤에서 비둘기가 벽에 쿵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낫어오. 비둘기가 다시 날아올까봐 무서워서 천천히 바닥을 짚엇어오. 바닥에서 느껴지는 아주 작은 물컹거림에 다시 보니 아주아주 익숙한 사람이 끌어안고 있었던 거시애오.
세상에! 여아쟝을 구해준 건 안무서운언니였서요!
여아쟝은 너모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다가 딸꾹질이 났어오. 안무서운언니는 겁먹은 여아쟝을 토닥거려주다가 귀에 대고 소리지르지 말라며 이마에 때찌를 했어오. 안아주는게 조와서 계속 우는척한 걸 들켰나봐오. 근데 아직 영화관에 도착도 안 했는데 안무서운언니는 어떻게 찾았을까오. 안무서운언니는 가운데 있는 문쪽으로 가서 전화기를 들더니 비둘기를 신고했어오. 감옥에 가면 콩밥만 먹어야 한다고 들었어오. 이제 비둘기의 지렁이 편식은 끝이애오.
안무서운언니가 다시 태어난다면 분명히 호랑이일거애오. 이유를 물어보는 안무서운언니에게 용감하고 착하지만 성격이 더러워서 동물으로 태어날거라고 해서 딱밤을 맞았서오. 흑흑 실수애오. 비둘기를 무찌른게 신나서 대놓고 말해버렸서오. 서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계단이 힘들어서 입에서 물이 나올 것 같았어오. 안무서운언니는 씩씩거리며 먼저 가다가 기다려주다 하더니 여아쟝에게 손을 슥 내밀었서오.
여아쟝이 감동 받아서 올려다보니 성격은 더럽지만 착한 언니가 필요없으면 만다면서 손을 치우는 거시애오. 여아쟝은 얼른 성격은 더럽지만 착한 언니의 손을 꼬옥 잡고선 풀지 못하게 깍지를 끼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짧아서 미끄러졌어오. 어떻게든 깍지를 껴보려고 낑낑대다보니 계단을 다 올라와 버린 거시애오. 성격은 더럽지만 착한 언니가 이제 엘리베이터 탈거라며 손을 놔서 서러워졌어오. 빨리 커서 손바닥 힘도 세지고 손가락도 길어졌으면 좋겟서오.
목마르냐고 물어보면서 아이스초코를 사준다는 말에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어오. 역 아페있는 카페에는 다행이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오. 성격은 더럽지만 착한 언니는 여아쟝에게 돌아다니지 말고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해놓고 주문을 하러 갔어오.
하여튼 비둘기 덕분에 오늘치 오배건은 나중에 줘도 될 거 같아오. 성격은 더럽지만 착한 언니는 돈만 받고 금방 가버리려고 하니까오. 여아쟝은 매일매일 만나서 놀고 싶은데 성격은 더럽지만 착한 언니가 바빠서 주말만 기다리는데 너모 서운한 거시애오.
여아쟝이 또 놀고 싶다고 조르니까 엄마는 좋아하는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했서오. 새끼손가락 약속에 복사 코팅까지 했는데 곤란하기 전에 때찌를 맞는다는 건 몰랐나봐오. 엄마나 백합반 선생님이나 이놈아저씨보다 언니가 더 무서운 건 비밀이애오. 때찌는 잠깐 아프지만 앞으로 안 놀아준다고 하면 너모너모 마음이 아플거시애오. 그러니까 티셔츠를 새로 사주면 무서운 영화도 또 보러 갈 거애오. 무서워서 매달리다 또 늘려버릴지도 모르겠지만오.
여아쟝에게도 언니가 생겨서 정말정말 즐거운 거시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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